‘눈물의 여왕’ 퀸즈그룹처럼 징계했다가는…

입력 2024-04-16 16:52   수정 2024-04-19 12:57



퀸즈그룹 백현우 법무팀장(법무이사)은 부정행위라는 누명을 쓰고 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의 아내 퀸즈그룹 3세 홍해인은 “차라리 딜을 해. 이렇게 쫓겨날거냐”고 조언하지만 백현우는 안쫓겨난다며 버틴다. 퀸즈그룹에서 진행하는 백현우에 대한 징계는 어떻게 진행될까.

먼저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 법무이사가 ‘징계’의 대상으로 적절한가이다. 징계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드라마 속 백현우 법무이사의 지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이사라고 하면 임원에 해당하고, 임원은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형성된 관계에서 징계조치를 취하면 추후 그 법률관계의 실제와 달리 근로계약 관계로 인정될 수 있고, 이를 전제로 한 분쟁(해고무효, 퇴직금 소송)이 발생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근로자가 아니라면 직무정지, 위임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입점업체와의 계약해지에 관해 논의하던 중 홍해인 사장은 백현우 이사에게 “백현우 이사님, 내가 지금 의견 묻는 거 같아요? 내가 말했잖아요. 내보내라고. 그쪽에서 버티면 소송하라고, 소송해서 이기라고. 그게 법무팀 일인 것 같은데요”라고 하자 백현우 이사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한다(많은 법무팀장님들이 공감할 장면이다). 지휘명령 행사로서 근로자성의 단적인 징표이다. 사장 아내 앞에 이사 남편은 근로자다.

퀸즈그룹은 백현우 이사에게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을 하고 징계절차를 시작한다. 이는 징계절차에서 필수적인 것은 아니나 비위혐의가 현재 수행 중인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가 많고, 징계조사를 앞둔 대기발령 조치는 대체로 정당성이 인정된다. 특히 백현우와 같은 법무팀장은 여러가지 회사의 주요 정보를 다루고 있고, 여러 이메일에 '참조(cc)' 수신 대상이 되는 등 내부 의사소통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징계대상이 될 경우 대기발령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퀸즈그룹의 조치는 두 가지 점에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첫째,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을 전사공지 방식으로 한 것인데, 이는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부정행위라는 비위혐의까지 공지한 것은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잘 나오던 사람이 갑자기 안보이면 어차피 다 알게 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개인정보는 매우 두텁게 보호된다. 대기발령은 서면으로 그 사유와 기간, 필요한 조치(물품반납 등)를 구체적으로 적어 개인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적절하다. 둘째, 백현우 법무팀장을 골방 같은 곳으로 배치한 것이다. 바로 법적으로 문제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정신적 고통을 주는 조치가 될 수 있고 추후 징계의 정당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기발령은 자택 대기발령이 보다 일반적이고 적절하다. 다만 자택 대기발령이라고 해도 자유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니고 근로제공만 정지될 뿐 근로계약상 지위와 의무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근로자는 회사의 조사참석 요구에 즉시 응해야 한다.

한편 부정행위의 근거가 있는거냐고 묻는 백현우에게 윤은성(M&A 전문가)은 “인사위원회 곧 열릴거니까 그때가서 확인하세요”라고 한다.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구체적인 비위행위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 것인데, 이는 대상자의 소명권 보장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절차 위반으로 징계조치가 무효로 될 수도 있다. 대상자에게는 인사위원회에서 다루는 비위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 절차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백현우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위원장이 해고를 통보하기 일보 직전에 백현우의 변호인들이 등장하여 참여권을 주장하고 적극적인 변론으로 백현우를 해고 위기에서 구해준다.

실제로 인사위원회에서 해고를 통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퀸즈그룹처럼 대상자가 재실하고 있는 상태라면 더 그렇다. 소명을 마친 다음 대상자를 퇴실시키고, 인사위원들끼리 숙의하여 징계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징계권자는 대표이사이므로, 대표이사가 아닌 인사위원회 위원장이 징계를 통보하거나 인사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징계결과 통보서를 발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백현우 변호인들의 참여는 적정할까. 백현우의 변호인들은 행정절차법을 들어 변호인 참석에 반대하는 위원들을 꼼짝 못하게 하지만, 행정절차법은 사기업의 징계절차에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므로, 변호인 참여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실무적으로 사내 인사위원회에 변호인 참석 허용여부가 많이 쟁점이 된다. 대법원 판례는 찾기 어렵고, 노동위원회는 변호인 참여를 허용하지 않더라도 절차 위반으로 보지 않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하급심 판결 중에 변호인 참여권을 인정한 판결(참여를 허용하지 않아 절차 위반)과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모두 있는데, 비교적 최근 판결은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사건에 있어 체포·구속되는 경우 보장되는 권리로서,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 등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사기업의 징계의결절차에까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22. 선고 2021가합575125 판결, 상고심 계속 중).

근거 법률을 찾기 어려운 이상 변호인 참여권이 사기업의 징계의결절차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변호인 참여를 불허하더라도 절차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업들로서도 일단 한번 변호인 참여권을 인정한 선례가 있으면 향후에도 계속 인정을 해주어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이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소명권 보장 혹은 추후 분쟁에서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었음을 확인받는 의미에서 정책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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